대학동기 아버님의 부고를 받고 오랜만에 동기 몇명을 만나면서…

89학번으로 대학에 발을 딛었다. 그시절 기억나는 것이라곤 80년대의 끝자락에서 군사정권에 대항하는 열의의 표명이 어느정도 식어가기 시작할 무렵의 데모현장과 매케한 최루탄 연기가 먼저 떠오른다.
그때 학교를 같이 다녔던 동기들. 어느덧 33-4년이 지나 연말에 누군가 얼굴 한번 보자고하면 신기하게 연락도 안되던 친구들이 하나하나 얼굴을 보인다. 어떻게 지냈는지, 결혼하고 아이키우고 무엇이 즐거운 삶인지 이야기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는 옛 이야기들을 끄집어 내곤 웃고 떠들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었다.

이제는 누군가의 부모님 부고를 받고 다시 얼굴을 볼 수 있게 된다. 50대를 넘겨보니 은퇴이후의 생활에 대해 주로 이야기 하게 되고 나름 준비된 친구들의 야심찬 계획에 감탄하면서 아무런 준비가 없는 나를 초라하게 생각되게 하기도 한다.
크게 대출받아서 사당동에 조그마한 상가를 구입해서 매달 꼬박꼬박 월 임대료를 받고 있으며 여주에 조그마한 땅을 사서 갤러리가 있는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하는 친구, 맨땅에 헤딩하 듯 파주에 집을 짓기 시작헤서 온갖 규제와 건축법을 상대로 열심히 공부해가며 집을 완성하여 예쁜 주말 전원주택 생활을 시작한 친구… 다들 은퇴이후에 무엇을 할지 머릿속에 생각만 하는게 아니라 실천하며 실행하는 단계를 진행 중 이라고 한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는건 아니겠지만 나역시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목공을 배운지 1년이 되었지만 이제 조그만 서랍통하나 어렵게 만들고 있는 정도이고 이렇게 배우는 것은 만드는 활동을 통해 삶의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것으로 은퇴이후의 안정된 삶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안정된 생활의 기반에서 느낄 수 있어야 재미이지 않을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촉발된 경제의 여러 어려움들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고유가, 원화가치의 하락, 높은 이자율, 집값 하락… 이전과는 다른 환경속에 살고 있고 적응해가며 살아가야 할 것들이다.

뭘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삶을 살아 갈 수 있을지… 아직도 미숙한 삶이지만 오늘도 일상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가며 즐겁게 살고자 하는 나의 바람은 문득 안정된 은퇴이후의 생활이란 주제 속에 내심 무거운 속내를 이렇게 적어보고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어려운 숙제로 남겨본다.

Posted by 천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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