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우리네 환경은 지금의 아이들과는 사뭇 달랐다. 마땅한 장난감도 없었고, 그저 넓은 공간에 선을 긋고 뜀을 뛰고, 돌을 던져 맞히고... 주변엔 나무자재들이 많아 쓰다버린 나무로 땔감을 쓰거나 자르고 붙이고, 갈아내 장난감을 대신하기도 했다.
이런 기억이 있어서 일까. 목공을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예전부터 있었고, 회사 동호회 구성을 통해 한달에 한두번 배우며 몇개월 간단한 소품을 조립하는 맛을 본게 다였다. 조금더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회사와 집근처의 목공방을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았지만 마땅하게 눈에 띄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조용히 잊고 있었는데 오목교 근처의 목공방(바이핸드 우드워킹)을 찾았고 꾸준히 그곳에서 배우는 분들의 솜씨를 구경할 수 있도록 사진과 작업내용을 네이버 카페에 올려주는 목공방을 찾았다. 가끔 둘러보면서 시간될때 꼭 방문해서 배우고자 의욕을 불태운 것도 다시 몇년...
최근 나와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온 "그대로의 향기" 모임의 도연이와 이야기 도중 나온 목공이야기에 함께 배워보기로 하고 등록하고 2021년 9월부터 일주일에 한번, 3시간의 목공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날, 공방의 내부를 돌아보며 기계들의 쓰임새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교육일정에 대해 설명을 마치며 첫 수업인 대패를 배우게 되었다. 대패의 명칭과 어미날, 덧날의 역할에 대해서도 들었고 직접 대패를 잡는 법부터 자세까지 배워서 직접 대패질을 하게 되었다.
오른손보다는 왼손의 당기는 힘에 의해 나무가 깎여 고르게 대패밥이 나와야 하는데 처음해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고, 특히 당기는 자세에서 습관적으로 오른손에 힘이 들어가니 왼쪽보다는 오른쪽이 깊이 파이는것이 확인되었다. 무릎을 펴고 오른발을 뒤로 살짝 빼면서 동시에 대패를 당기는 작업을 무척이나 어색했고 사용하지 않던 근육들이 놀라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되었다.
첫날, 대패밥은 점점 늘어가지만 원하는대로 수평이 맞지 않는 나무를 원망하며 수업을 마쳤다.
그래도 평소 관심 많았던 목공을 시작했다는 뿌듯함이 어설픈 대패실력에 대한 걱정보다 앞서니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으로 늦은 시각 기쁘게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